꼬리를 자르다

곽정효

  원의 도움 없이 살 수는 없었다. 그러자면 어떤 식으로든 원의 일부가 되어 주어야 했다. 원과의 삶이란 남의 꼬리를 찾아 물고 자신의 꼬리를 내어 주어야 가능했다. 누구도 예외가 없었다. 나와 남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구분이 되어 있었지만 결국은 하나였다. 무언의 명命 같은 것이 생명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나는 내 꼬리를 먼저 내어주고는 누군가의 꼬리를 물어야 했지만 그가 꼬리를 트는 바람에 물지 못했다. 어쩌면 내 입질이 서툴러서 타이밍과 각도가 안 맞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눈앞의 꼬리는 놓쳤고 다른 꼬리는 너무 멀었다.

  원의 일부가 되지 못했다. 뿐인가 이제 나는 원의 상처였다. 꼬리를 물렸으니 다른 원으로 건너 갈 수도 없었다. 꼬리를 물린 채 바둥바둥 허공에서 몸을 뒤척이는 동안 머릿속은 텅 비어만 갔다. 원에서 이탈된 몸은 피돌기가 잘 되지 않아 썩기 시작할 것이다. 그나마도 내 꼬리를 문 누군가가 놓아버린다면 까마득한 허공의 어둠 속으로 내동댕이쳐질 것이었다. 썩어서 없어지는 것보다 그건 더 끔찍한 일일 것 같았다.

  그 절박한 순간에 번쩍 빛 한 줄기가 스쳤다. 원에 딱 붙어 있을 때는 보지 못한 빛이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또 다른 빛줄기가 스쳐 지나갔다. 너무 빨라서 헛것을 본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무서운 속도였다. 하지만 몇 번의 경험으로 또 올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거기 올라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무모한 생각일지도 몰랐다. 어떤 경우라도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었지만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러나 내 꼬리는 꽉 물려 있었다. 내 꼬리를 문 누군가를 향해 외쳤다. 제발 나를 놓아 달라고.

  아까는 제발 놓지 말아달라더니?

  저 스쳐 지나가는 빛들은 순간일 뿐인데 그 순간을 네 것으로 하겠다고?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 해.

  뭐해? 원을 위해서 잘라버려. 어서.

  아니, 원을 위하는 게 아니야. 그건 원의 에너지를 잃는 일이야.

  말들은 엇갈렸다.

  결정은 나의 몫이었다. 방법은 그것뿐이다. 다가오는 빛이 보였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꼬리를 잘라내었다.

  이상하게도 빛의 속도가 무섭지 않았다. 빛을 향해 몸을 던지는 순간 빛은 정지하는가 싶더니 나를 향했다. 아, 나처럼 꼬리를 자른 존재들이 빛을 뿜고 있었다. 목이 잘린 채 꽃 한 송이만으로 살아남은 장미도 있었다. 그들의 활활한 눈빛이 온몸에 꽂혔다. 나는 금세 불덩어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