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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난한 문인들도 생각하라!
작성자 황원갑
작성일 2022-03-13 21:20:29
조회수 140

 

가난한 문인들도 생각해줘야

황원갑 <소설가, 역사연구가>

 

우리나라의 문인들은 대체로 가난하다. 절대다수의 문인은 늘 배가 고프다. 벌이가 시원치 않기 때문이다. 원고료 수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글만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문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책이 많이 팔리거나 연재소설을 쓰지 않고는 먹고 살기 힘들다. 그나마 신문 잡지의 연재소설도 이제는 모두 사라져버렸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에 등록된 문인은 1만여 명. 분야별로 보면 시인이 가장 많은 5천여 명이고, 이어서 수필가 3천여 명, 아동문학가 1천여 명, 소설가 1천여 명 등이다. 문협에 가입하지 않은 문인도 많다. 하지만 이처럼 등록된문인 1만여 명 가운데서 오로지 원고료와 인지세 수입만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은 채 1%도 되지 않는다. 그럼 나머지 대다수 문인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아니, 어떻게 연명하며 생존해가고 있는가. 물려받은 재산이 있거나, 돈 버는 남편이나 부모를 둔 일부를 제외하면 절대다수가 시나 소설 같은 작품을 팔기보다는 다른 일거리와 일자리로 생계를 꾸려나간다. 공무원도 있고, 교사(교수)도 있고, 회사원도 있고, 사업가와 농부도 있다. 더러는 의사변호사법무사세무사처럼 비교적 안정되고 수입이 괜찮은 직업도 있다. 그러나 직업이 없는 문인이 절대다수다. 게다가 벌어놓은 돈도 없이 나이 먹고 병든 딱한 형편의 문인이 너무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지원이 충분한가 하면 천만의 말씀이다. 시민단체들이나 운동선수에게 돌아가는 금전적제도적 혜택에 비하면 문인들에 대한 지원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화예술위원회와 예술인복지재단을 통한 지원이 없지는 않지만, 그건 정말로 가난한 문인 대다수에게는 하늘의 별따기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이것이 21세기에 들어서서 해가 벌써 스물두 번이나 바뀐 오늘 우리나라 문학계의 참담하고 암울한 현실이다. 이는 비단 문학 분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계 전체가 처한 참상이다. 문인들을 이렇게 푸대접하면서도 어떻게 5천년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문화민족이니 문화강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아무리 문화정책 담당자의 얼굴이 두꺼워도 그런 말을 입에 담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설가나 시인들이 마냥 손놓고 앉아서 글을 전혀 안 쓰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문학예술의 발전과 국민의 정서 함양을 위해, 또 자기 존재의 확인을 위해 쓰기는 열심히 쓰지만 발표할 지면이 턱없이 모자란다. 그런데, 달마다 발행되는 문학잡지는 수백 가지가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면이 형편없이 부족하다. 등록된 문인만 해도 1만 명이 넘으니 문학잡지가 달마다 수백 가지가 나와도 발표지면이 항상 모자라기 마련이다.

한국소설가협회에 가입된 회원 1천여 명 가운데 정상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소설가는 1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래도 그 100명이 협회지인 월간 한국소설에 작품 한 편을 발표하려면 2~3년씩 기다려야 한다. 발표 기회를 얻기 힘든 것은 문협 기관지 월간문학이나 다른 종합 문예지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제법 이름깨나 알려졌다는 문학지는 상업성이 있는 작가, 그것도 주로 젊은 여성작가들에게만 문호를 개방하는, 그야말로 상업적이고 비문화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그런 이름깨나 알려진 문학잡지는 원고료를 200자 원고지 1장당 1만 원 이상 주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문인단체의 대표인 한국문인협회가 발행하는 월간문학과 한국소설가협회 기관지 한국소설의 원고료를 살펴보면 한 마디로 말해서 기가 막히다. 등단한 지 40년이 넘은 원로 소설가도 2~3년 만에 70장짜리 단편소설을 한 편 실리면 40만 원의 거금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더 기막힌, 웃지 못 할 점입가관의 비극이 있으니, 그것은 대부분의 문예지가 원고료를 한 푼도 안 준다는 사실이다. 잡지사의 말로는 안주는 것이 아니라 못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다면 원고료도 못주는 잡지는 무엇 때문에 찍어내는가. 듣기에는 일부 예비 문인들이 원고료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작품을 뽑아주고 실어주는 대신 잡지를 몇 백부씩 산다는 것이다. 이런 장삿속이 사실이라면 이런 식으로 양산되는 소설가시인들의 작품이 오죽하랴! 기업들에게도 바란다. 정치자금을 퍼주기나 하지 말고 우리나라 문화와 문학의 발전, 불우한 문인들의 생계를 위해서도 신경 써주고 기여하기 바란다. 월간문학이나 한국소설에 광고 한 번 나간 적이 있는가! 문협이나 소설가협회 등 각종 문인단체는 자력갱생이 무망한 만큼 정부 당국의 지원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회원들의 권익 증대, 특히 원고료 증액에 집행부가 보다 많은 활약을 펼쳐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이런 문인들의 참상을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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