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제목 <이사간다>를 읽었다
작성자 이진준
작성일 2022-01-04 10:38:04
조회수 142

김성달 작가의 <이사 간다>를 읽었다. 책에 실린 8편의 단편소설 모두 우리 사회의 이면에 가려진 야만적인 현실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친구 대신 세월호에 승선했다가 죽은 항해 실습생, 지하철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죽은 계약직 노동자, 에스컬레이터를 수리하다 죽은 청년, 정화조 청소 작업을 하다가 정화조에 빠져 죽은 대학생, 야학 선생을 하는 청년,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간 사람, 출생신고도 안 된 채 살다가 사고로 장기적출을 당하는 사람, 6.25때 월남한 소설가, 탈북민, 부랑자수용소에 갇혀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받은 가족, 그들이 이 소설을 구성하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모두 우리가 언젠가 뉴스에서 듣거나 본 사람들이다. 작가는 바로 그 인물들과 사건을 훌륭한 소설로 바꾸어 놓았다.

 

그들은 대한민국이라는 화려한 나라의 이면에서 희생되고 착취당하고 이름도 없이 죽고 묻힌 사람들이다. 작가는 그런 사람들의 삶을 하나하나 찾아내 따듯한 시선으로 위로하고 용서를 구하고 복권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 우리는 그들의 희생 위에서 오늘의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애써 그들을 유령 같은 존재로 치부하거나 멸시하고 무시하고 우리의 기억에서 치워버리려 한다. 그들은 한때 가난했던 시절 우리의 과거가 아니라 풍요로운 시대인 지금 우리의 민낯이다. 작가는 우리가 잊고 싶어하고 눈 감고 싶어하는 바로 그 현실을 잊지 말라고 질타하는 듯하다. 그렇기에 작품 하나하나가 우리의 가슴에 파고들고 무디어진 우리의 마음을 일깨운다.

 

이 작품을 읽는 사이 뉴스에서 전봇대에 매달려 작업 중 22,000볼트 전기에 감전되어 죽은 노동자 김고은 씨의 사연이 방영되었다. 그 뉴스는 이 소설에 언급된, 자본을 위해 노동자의 생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음으로 내던지는 이 땅의 야만적이고 비정한 노동 현실을 다시 한번 증언하고 있다. 그 사고에서 작업 매뉴얼은 철저하게 무시되었으며, 원청인 한전도 하청 업체도 아무도 사고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죽은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김고은 씨의 죽음은 이 소설이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새삼 생생하게 증언한다. 우리가 효율성이니 경비 절감이니 하는 천박한 자본의 논리로 사람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한 그런 사고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 소설집에 실린 8편의 소설 중 7편의 소설 제목이 동사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그건 바로 그런 일이 현재진행형이라는 뜻이 아닐까? 연말연시를 이 소설과 함께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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